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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취업일기

취업일기 01 - 생애 첫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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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부터 인생 첫 회사를 다녔다. 

 

 

웹디자인 인턴으로!

솔직히 면접 볼 때, 될 줄 몰랐는데 연락 달라고 해서 놀랐다.

갈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나이도 나이고, 면접볼 때 공백기간 설명하는 것도 짜증나서 간다고 했다.

근데 인생 첫 직장이다보니 너무 긴장이 돼서, 전날 거의 잠을 못잤다...

 

 

첫날 - 패닉의 연속이었던 첫날

 

어찌어찌해서 갔는데 너무 긴장이 됐다.

팀장님, 사원분들 모두 좋으신 분들 같았는데, 거의 밥도 못 먹고 옷도 너무 춥게 입고가서 내내 떨었다.

홍보 인쇄물을 만들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나는 전공도 아니고,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것도 몇달 안돼서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근데 어쨌든 만들어야 하니까... 기존 게시물을 참고해서 어찌저찌 만들었다.

 

여러번 수정을 하는데 자괴감이 들었다.

나를 왜 뽑았는지도 모르겠는데, 뽑아놓고 보니 일도 못하고, 애가 사근사근하지도 않으니 욕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진 않았고 친절히 수정방향을 알려주셨다.

클립아트와 이미지 투데이 결제를 하면 디자인하는데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리고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도.

 

집에 가는 길, 퇴근 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갔더니 엄마랑 동생이랑 친구들이 어떠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패닉상태였다.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8시부터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봤다.

그러고 자다가 다음날 출근했다. 

 

 

둘째날 - 나는 수도꼭지였다

 

아침에 화장하는데 눈물이 나서 눈이 퉁퉁 부었다. 렌즈를 낄 수 없을 정도였다.

퉁퉁 부은 눈으로 현관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회사가지말까?'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었는데, 못그랬다.

여기서 그만두면 다들 날 한심하게 볼 게 뻔해서.

그래서 꾸역꾸역 출근했다.

 

어제 못 한 일을 하는데, 맘처럼 잘 안됐다. 

밥은 여전히 못먹었다.

사람들도 너무 무서웠다. 

 

차라리 일이 너무 많거나 사람이 너무 이상하거나, 누가 봐도 이상한 곳이면 그만 뒀을 텐데 그것도 아니어서 더 슬펐다.

그냥 일하는 내가 어색하고, 못할까봐 걱정되고,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을 평생 다녀야 한다는게 무서웠던것 같다.

나는 왜이럴까? 왜 이렇게 나약할까? 이런 생각만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울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지하철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던거 같다.

 

 

그 후 - 다 그러고 산다

 

셋째 날 부터 조금 숨이 쉬어졌던거 같다. 정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싶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만원 지하철은 적응되지 않았고, 회사에 앉아있는 내가 어색했다. 

어딘가 붕 떠있는 사람같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직장인은 방학이 없다는 사실이 제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은 해야하니까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뭔가를 만들긴 했다.

 

다른 직원분들은 일년 이상 일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 일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모든 직장인들이 존경스러웠다...

 

친구를 만나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는데, 나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는 자신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출근길, 퇴근길 영혼 없이 빠르게 걸어가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 바쁘게 살까? '

지옥철에 낑겨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렇게 돈을 번다고 행복할까?'

이런 생각들을 했는데... 이제 나도 그들 중 한명이 되었다. 물론 인턴이긴 하지만.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다 그러고 산다' 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다.

<지옥철, 낯섦, 두려움, 야근, 불쾌함>... 이런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데 다 그러고 사니까,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하면서 꾸역꾸역 회사를 가는 거겠지.

 

 

 

폭풍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취업일기를 또 쓸 수 있을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또 쓰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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